겨울철 궁평낙조
모처럼 시간이 났다
날씬 매섭게 추웠지만 하늘엔 구름 한점이 없다
문득 궁평낙조를 보러 가고픈 생각이 든다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리고 있지만 날씨도 좋은데 바닷가라고 특별히 추우랴
서둘러 출발하기로 했다
궁평항에 들러 낙조도 보고 귀가 길에 바지락 칼국수로 배를 채워야겠다
오후 4시경 핸들을 궁평항으로 잡고 출발했다
아직도 바닥에 빙판인데가 많이 있다
혹 몰라 잠시 차를 세우고 네비게이션을 궁평항으로 맞추었다
네비게이션의 인도 따라 가면 될것을 사심을 가미하여 샛길로 갈려다 보니
빙판길 언덕에다 꼬불꼬불 길이 영 엉망이다
에고 늦었지만 네비게이션에 의존하자
다시 본길로 접어들었다
태양은 빠르게 제 갈길을가고 있다
그 태양을 보고 정면으로 가다시피 하다보니 눈도 침침하다
이러다 해 떨어지고 도착할라..
낙조니 칼국수니 말짱 도루묵되는게 아닌가 마음이 조급해진다
발에 힘이들어간다 하지만 과속 방지턱은 왜이리 많은지
조급한 마음 땜에 과속방지턱을 발견하고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차가 곤두박질 친다
혼자만 모르겠는데 집사람이랑 아이들도 태웠는데 난폭 운전이라 핀잔하는건 아닌지
드디어 궁평항이 보인다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다행이 태양은 아직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서서히 내려 가고 있다
추위 탓인지 차량도 거의 없고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왼편은 선착장 오른편은 망망대해
왼편은 바다가 얼지 않은채 파도만 넘실거린다
이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갈매기와 오리가 먹이 활동에 여념이 없다
오른편 선착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여러대의 어선이 있으나 발이 꽁꽁 묶였다
선착장쪽으로 가보았다
가장자리는 얼음이 이상한 모양으로 얼어 있다
아마도 파도가 밀려오면서 조금씩 얼었나보다
그 얼음을 밑에 깔고 조심스레 렌즈를 맞추어 본다
멀리 여러대의 어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 뒤로 뭉게뭉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정말 구름한점이 없다
가끔 갈매기가 날아오르는 정도
약간의 구름이 있었으면 더 멋진 궁평낙조가 되어을텐데
매서운 추위와 바람 탓에 오래 버티기가 어렵다
또 한가지 아쉬운점은 태양이 바다와 맞닿으며 내려 가는 그림이었으면 좋으련만
저 멀리 산너머로 기울고 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철수 해야겠다
손도 얼고 얼굴도 얼고 눈도 얼어 도저히 버틸 제간이 없다
못내 무거운 발길을 추위에 핑게대고 철수한다
궁평항 다음에 또 올게 추위에 잘견디고 날 풀리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