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날
말쑥하니 차려 입은 부인이 어느 유명 프렌차이즈점을 찾았습니다.
무엇을 사려는지 한참이나 메뉴판을 바라보다가
쇼케이스에 진열된 아이스크림과 케잌을 번갈이 살펴보았습니다.
이건 얼마냐 저건 얼마냐 가격도 꼼꼼히 물으면서 살피던 부인.
이윽고 결심이 섰는지 직경15cm정도 되는 녹차케잌을 골랐습니다.
약간 은은한 하늘색이 풍기는, 초콜릿으로 만든 몇개의 장식이 전부인
깔끔한 케잌이었습니다.
부인이 보는 앞에서 케잌 상자를 준비하여, 쇼케이스에서 바로 꺼내 상자에 포장했습니다.
그때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부인이 돌아가고 점원은 다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말쑥하니 차려 입고 케잌을 사갔던 부인이 다시 가게를 찾았습니다.
처음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가게문을 거세게 여닫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 딴식을 장사 할거야 으이"
"뭐야 이거 믿고 샀는데 케잌에 벌레가 있다니 어떡할꺼야"
"이것봐 이 벌레 보란 말이야"
"이거 어떡할거야 어떡할거냐고.."
점원은 기가죽어 말도 못하고 안절부절 했습니다.
기껏한다는 말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뿐이었죠
정말 먹다만 케잌에는
아까완 다르게 엄지 손가락만한 연갈색의 곱등이가 떡하니 달라붙어 있는게 아닙니까?
점원은 사색이되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를 했죠.
"우리집 아이들이 먹다가 이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나 한테 이야기 해서 알았어"
"에이 불결해. 더러운 케잌을 먹은 아이들은 어떻할꺼야 으이"
"..."
한참이나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던 부인은 조금은 화가 풀렸는지.
좀 낮아진 톤으로 "어떻할거야" 라는 말에
점원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환불해드릴게요" 라며 케잌값을 환불해주었습니다.
돈을 받아든 부인은 "그 딴식으로 장사하지마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소비자 보호원과 본사에 항의 할거야" 엄포를 놓으며 쌩하니 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인이 나가고 멍하니 있던 점원은
걱정도 되면서 그래도 수습은 해야하니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먹다 남은 케잌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거의 다 먹고 5분의 1정도 남은 케잌, 남은 케잌보다 곱등이가 더 커보입니다.
'아깐 분명히 없었는데 어쩨 이게 여기에 있지' 못내 점원은 의아합니다.
'아깐 왜 이처럼 커다란 곱등이를 보지 못했을까. 그 부인은 한참이나 살폈으면서 곱등이를 보지 못하고 케잌을 골랐을까?' '이 쇼케이스엔 곱등이가 어떻게 들어가지'
별으별 생각이 다 머리를 스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갑자기 출입문이 세차게 열립니다.
아까 그 부인입니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까 그 케잌내놔" "빨리 가져 오란 말이야"
점원은 말도 못하고 챙겨 두었던 케잌을 부인에게 내어 주었습니다.
확 낚아채이듯 케잌을 받아들고 횡하니 나갑니다.
'왜 케잌을 가져가지'
'...'
다음날 소비자 보호원에서 전화가 오고, 본사에서 전화가 오고, 사고 경위를 보고하라고 야단입니다.
'에고 이를 어쩌나'
아무리 보아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절대 일어날수가 없는 사건입니다.
쇼케이스에 곱등이가 들어간다는것도 그렇고, 두사람이 엄지손가락 만한 곱등이를 발견 못한것도 그렇고,
거의 다먹고 케잌이 조금 남았을때 이 큰 곱등이를 별견한것도 그렇고, 녹차케잌은 아이들이 좋아 하지 않는데도 아이들이 다 먹었다는 것도 그렇고,
어찌되었던 사건은 수습해야겠기에 사고 보고서를 올리고, 가게를 청결하게 운영하겠다고 몇번이나 머리 숙이고 사건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정도 지난 뒤에 그 사건도 뇌리에서 잊혀져갈 즈음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한달전 케잌에 곱등이가 발견된 그 집 아이들의 고모라면서 그때의 충격으로 정신적 피해가 많으니 보상을 하랍니다. 아니 이게 무슨 경우없는...
그게 언제적 일인데, 한달이나 지나서 항의 전화라니.
자기와 직접적인 연관도 없으면서..
'잠을 자려고 하면 케잌과 벌레가 생각나 잠이 안온다'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으름짱입니다.
점원은 생각해 봅니다.
'간만에 시누이와 올케가 만나 지난일을 이야기 하다가 곱등이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케잌이 먹고 싶어 협박이라도 하는건가..'
참으로 웃깁니다. 화를 내고 다툼을 벌려 볼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래도 소비자가 우선인지라
백배 사정 사정하고 큼직한 케잌을 하나 선물하는 선에서 일단락 지었다나요.
몇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는군요.
참 어이없는 일이라 싶어 이렇게 글방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