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 중 으뜸은 무엇일까? 단연 장미(Rosa sp.)이다. 그 아름다움과 향기는 다른 모든 꽃들을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장미는 흔히 여성에 비유된다. 그 이유 중 한가지가 가시에 있다. 장미의 가시에는 페르시아의 전설이 있다. 옛날 연꽃이 화왕(花王)인 시절, 연꽃이 밤에 잠만 자고 다른 꽃들을 지켜주지 않자, 꽃들 이 신에게 호소하였다. 그래서 신은 흰 장미를 만들어 가시를 무기로 주었다. 그런데 흰 장미의 아름다움에 끌린 나이팅게일이 흰장미를 안으려다 그 가시에 찔려 죽어 그 피가 흰 장미를 적셔 붉은 장미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장미와 여성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장미의 꽃말은 '애정', '사랑의 사자','행복한 사랑' 등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식용 부케나 여성에게 주는 선물로는 최고의 꽃이다. 그런데 다른 꽃말로 '밀회(密會)의 비밀'이 있다. 로마신화에서 사랑의 신 쥬피터가 어머니인 비너스의 로맨스를 누설치 말아달라고 침묵의 신인 헤포그라데스에게 부탁하였다. 침묵의 신은 그렇게 하겠다는 응답으로 장미를 보냈다. 그 후 장미는 밀회의 비밀을 지켜주는 꽃이 되었다. 그래서 로마시대 연회석 천장에는 말조심하라는 표시로 장미를 조각했으며, 16세기 중엽 교회의 참회실에는 장미를 걸었다 한다.
장미는품종이 약 15,000 여종으로 무척 많다. 우리는 주변에서 잘라서 파는 장미 외에도 덩굴장미, 화분에 심어진 미니장미, 귀하지만 분재장미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장미 품종으로는 찔레나무와 해당화, 돌가시나무가 있다.
이 모두가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며, 원예적으로 육종·개량된 품종들이다. 장미의 시조인 원래의 품종(原種)들은 꽃잎이 5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원예품종은 꽃잎 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을 자연상태에 그대로 방치해 두면 꽃잎이 5장인 원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을 원예적으로 개량된 품종이 퇴화한다고 말한다.
한자를 풀이하면 장미(薔薇)란 담에 기대어 자라는 식물, 즉 덩굴장미를 말한다. 한자는 그렇지만 장미는 덩굴장미와 나무장미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덩굴장미는 정원수로 주로 이용되며, 나무장미가 우리가 쉽게 보는 장미꽃이다. 장미는 초화류로 생각하기 쉽지만 목본류(나무)이다. 장미축제는 주로 여름에 행해진다. 그러면 장미는 여름꽃인가? 그것은 품종에 따라 다르다. 어떤 품종은 봄·가을로 1년에 두 번 피기도 하고, 어떤 품종은 여름에만 피며, 사계절 연중 꽃피는 품종도 있다.
장미를 즐기는 방법은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외에도 정원수로 심거나, 미니장미를 화분에 키우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귀하지만 들장미나 애기장미를 분재로 키우는 방법도 있다. 사진의 장미는 꽃크기가 지름 3∼4cm 정도의 미니장미로 화분에 심겨져 판매된다.
장미는 대체로 잘 자라지만, 좋은 꽃을 피우는 것은 정성 여하에 달려 있다. 장미재배는 병충해와의 전쟁이라 할 만큼, 바이러스병이나 해충·벌레가 많이 생긴다. 또 햇빛과 비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또 여름과 겨울에는 땅표면을 비닐로 덮어주는 멀칭(mulching)을 해야, 더위와 추위를 방지할 수 있다. 장미는 잘라서 병에 꽂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한 가지 문제점이 장미봉오리가 피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세균이나 곰팡이가 물관을 막아 물올림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봉오리가 어느 정도 성숙하기 전에 잘라서 꽃이 피는데 필요한 양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른 장미를 물에 담글 때는 살균제나 당을 물에 첨가해 주면 봉오리가 잘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