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하면
생각나는것도 참 많은데
그 중에서~~
초딩때만 하여도 여기 저기 보리밭이 참 많았다
늦가을에 씨를 뿌려 놓으면
싹이 나서 겨울을 나면
겨울에 서릿발 때문에 보리싹이 땅에 붙어 있지 못하고
밀려 올라온다
봄이 나고 기온이 상승하면
서릿발은 녹고
보리싹 뿌리는
다시 땅에 밀착이 잘 되지않아
말라 죽게된다
그런 경우를 최소화 하고자
초 봄에 보리 밟기를 하였다
수업하다 말고 전교생이 보리밭에 들어가
고랑마다 밟고 다녔는데
정말 폭신폭신한 감촉도 좋았고
무엇보다 수업을 하지 않는게
더 좋았던듯~~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릴땐
그땐 그것도 하기 싫어
투덜투덜 거리며
제대로 밟지 않았으니~~
지금은 보리밭을 구경하기도 어럽다
국내 재배 면적이 얼마 없는데
식당에서 파는 보리밥
대다수가 국산보다 수입산이 더 많은것은 아닐런지~~
고것 참 튼실하게도 익어간다
색깔이 조금씩 누렇게 변해가는것을 보니
추수때가 가까워 오는가 보다
요녀석은 보리깜부기다
어릴적엔 보리밭에 보리깜부기도 참 많았다
요사인 보리밭에 가도 보리깜부기는 여간하여 찾기가 어렵다
이유는 모르겠다
환경이 좋아졌는지
기술이 발달하여 농약이 좋은게 나왔는지~~
보리가 황금들판을 만들기 일보 직전이다
보리 베기를 하거나 타작을 하면
엄청 까끄럽다
어쩌다 티끌이 몸속에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정말 간지럽다
잘 털리지도 않고~~
초딩 6년때 이던가
그날은 어린이날이자 장날이었다
경상북도 안동군 길안면에선
5일장이 5일날이었다
그날은 길안 장날이자 5월 5일 어린이날
전날부터 뭐하고 놀까 궁리도 하고
친구들이랑 물가에 고기 잡으러 갈까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어머님이 보리밭에 쟁기질을 하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땐 형님들이 도회지로 나가고 아니계셨고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나
요렇게 단촐하니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농삿일을 잘은 못해도 한몫은 해야 했다
머리는 복잡하게 이리저리 굴러간다
보리밭까지는 대략 십여리길
걸어서 빨리가야 4~50분
쟁기질 대략 1시간
다시 집에 오자면 또 4~50분
3시간이면 되겠네
그때부터 자유시간~~
이렇게 생각 했겠지만
그땐 그렇게 까지 생각은 못하고
'오늘 하루 망쳤네~
하루 왼종일 밭에 갔다 오면
난 뭐꼬
그것도 어린이날 인데~'
물론 어린이날 이라고
그 시절 특별히 부모님이 챙겨 주시는 것은 없었다
다만 하루 친구들이랑 부모님 영향 받지 않고 놀수만 있어도~~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생각하면
못한다 떼를 쓰기도 어렵고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길을 나설수 밖에~~
길안장까지는 대략 이십리길
우리 보리밭은 길안장 가는길에 있었는데
집에서 십리길
어머니는 보리밭에 쟁기질을 하시고 장에 가시겠 단다
'에이 하필 오늘 같은날 다음날도 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어쩌랴
그나마 아들 학교 쉬는날
미뤄두었던 일을 해야 했을 어머니 심정을 생각하면~~
쟁기를 지게에 얹어 등에다 지고 길을 나섰다
지금은 십리
이십리길을
걸어서 간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겠지만
그땐 응당 걸어서 다녔다
'친구들은 이리 저리 놀러 다닐텐데 에구 이게 뭐람~~'
속으론 불만이 가득찼지만 내색은 못하고
다만 맛난거라도 장에 다녀 오시며 사오길 바랄 뿐
어머니가 쟁기를 잡고
내가 앞에서 끌고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잘 끌리지 않았다
자식이 힘들까 저어되어
쟁기를 깊이 박지도 못하시고
거의 쟁기를 들고 다녀야 하셨을 어머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땐 생각도 못하고
그저 힘들다 투정만 하고~~
그렇게 쟁기질을 끝나면
다시 지게에 쟁기를 얹어 지고
십리길을 걸어 집에 왔다
물론 어머니는 십리를 더 걸어서 장에 가시고~~
보리밭을 볼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요사인 어린이날 이면
놀이 공원이다
장난감에 온갖 선물이다
부모님 주머니 얇게 하지만
그땐 일을 시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밭가로 아카시아가 꽃을 활짝 피우고 서있다
나름 한가로운 농촌의 풍경이다
보리를 베면 콩을 심었는데
이 밭에도 그렇게 할려나 모르겠다
~~ㅎㅎㅎ
점점 보기가 어려워지는 보리밭
웰빙이라는 시대의 현상에
경작지가 좀더 많아져
수입산이 아닌 국산 보리밥을
좀더 쉽게 먹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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