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나의 이야기

호두

김 대령 2010. 5. 28. 00:15

 

 

 

 호두

어릴적 내가 살던 마을엔 호두 나무가 참 많았다

호두가 완전히 익으면 파란 껍질이 벗어지면서

갈색의 호두가 나오지만

익어가는 과정일땐

파란 껍질을 벗겨야 한다

파란 껍질을 벗기면 손가락이 노란 물이 든다

아무리 씻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떨땐 손가락이 노란색이다 못해 새까맣게 되기도 한다

그것을 예방할려면 물이 많은 곳에서

물속으로 손을 넣어 돌맹이에 문질러 벗겨야 한다

호두 따러 가는 날은

저녁은 먹는둥 마는둥

밤이 깊어 오기만 기다린다

벼르고 별렀지만

어떤날을 눈꺼풀이 의지를 삼켜

아침에야 눈을 뜨고 속상해 한적도 있었다

밤이 깊어 모두들 잠이들면

슬그머니 집을 나선다

후레쉬도 없다

설령 있다 해도 가지고 갈순 없다

왜냐하면

들키면 큰일이니까

오로지 달빛을 의지하여

나무 밑에서 따지 못하면

나무에도 올라가야 한다

깜깜한 한밤중에

나무에 올라 손으로 더듬어

열매를 따기가 쉽지는 않다

무섭기도 하고

그래도

먹거리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어느정도 따면

조심스레 내려와

파란 껍질을 벗기러

물가로 가야 한다

밤새 그러고 새벽녘에야

집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아마도 지금처럼 먹거리가

많았다면 그렇게 했을까

그땐 그렇게 혼자 계획하고

혼자 실행하고..

지금 처럼 집안에 들어앉아

컴퓨터에 매달려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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